사설

정부기관의 물자 조달과 관급공사 입찰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조달 행정 서비스가 역행하고 있다. 인천지역 공공기관에 조달되는 물품을 비싸게 강매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천종합건설본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상수도사업본부, 10개 군·구 등에선 현재까지 5만여 t의 아스콘을 조달청에서 구매해 도로 유지보수 공사에 사용했다. 이들이 구매한 아스콘은 모두 수도권 아스콘 조합이 공급한 제품이다.
입찰 결과 70여 개 회사로 구성된 서울·경인아스콘조합이 372만t을 낙찰받았으며, 공동수급책 1번 업체와 2번 업체가 각각 36만t씩 낙찰받았다. 그런데 조달청은 인천지역 공공기관에 5만여 t을 조달하면서 낙찰가(7만8100원)가 가장 높은 조합의 아스콘을 구매하도록 했다. 공동수급책 2번 업체 낙찰가로 공급을 받았다면 약 1억6100만원의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비용 절감과 물품조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조달청의 혁신 과제다. 그런 점에서 인천조달청이 비싼 자재를 구매하도록 강요한 것은 예산 낭비를 부른 꼴이다. 인천조달청은 2번 업체 계약 비율이 전체 물량의 8%밖에 안돼 공급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역 공기관 실정을 감안하면 부정적 입장보다 혁신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조달사업의 역할과 기능은 여러 면에서 결코 작지 않다. 더구나 조달사업이 단순한 구매에 그치지 않고 비축제도 운용을 통한 물가안정과 우선구매를 통한 중소기업 지원 등 경제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달 서비스 혁신의 중요성은 아주 크다. 해당 공공기관들이 예산부족으로 공동수급책 2번 업체 아스콘 구매를 요구했지만, 인천조달청이 가격이 높은 조합의 아스콘 구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행태다.
조달 행정은 업무 성격상 부정과 비리의 여지를 둬 부패하기 쉽다고 인식돼 온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제운용 담당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구태를 벗어버리고 조달업무 서비스 개선에 솔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