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모세종 인하대교수
오보·동일내용 반복·부적절 진행 등 단순전파
구조소식 전담·뉴스분담 … 전달혼선 방지해야

인명사고의 수습책은 인명구조이다.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금번 여객선침몰사고의 수습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언론보도에서부터 정부의 대처에 이르기까지 실망스럽기만 하다.

인명구조가 우선인 상황에서 사고의 원인규명 등은 시급을 요하는 일들이 아닐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인명을 구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생존자의 구출만을 기다리는 가족이나 국민들에게는 사고수습대책이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해상사고이고 똑같은 천안함 사건의 경험도 있는데, 정부의 대책과 방송보도는 별 달라진 것이 없다.

쓰라린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하나도 없고, 그저 바다의 유속을 탓하고 기상여건이 좋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형국이니, 국민을 감동시킬 대책이나 대처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에서는 연일 뭔가 특종이라도 잡았다는 듯이 아무런 매뉴얼도 없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특집보도를 하고 있다.

물론 정답을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방송이 모두 구조되었다는 충격적인 오보에 부적절한 진행은 물론, 동일 내용의 지루한 반복으로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작은 나라에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가 활용되었어야 할 텐데, 모든 방송사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모두 앵무새처럼 행동한 것이다.

확인도 되지 않은 정보를 내보내고 그를 토대로 대화를 나누는 어처구니없는 보도가 몇 시간을 이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 역시 배가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것이니 모두 구조되리라는 견해를 피력하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방송은 단순히 상황전달을 하는 것이기보다는, 당장 이루어져야 할 것들을 찾아내 이를 신속히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촉구하고 감시하고, 부족하면 질책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선은 인명구조에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 있게 하는 보도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도 인명구조를 위한 방안과 즉각적인 실행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시급한 대책이 되지 못하니 도움도 안 될 발표 따위는 서두를 필요도 없다.

인명구조를 위한 사고대책본부를 꾸려놓은 이상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인명구조 그 자체인 것이다.

비상대기하고 자숙하고 다 좋지만 그것이 사고수습을 위한 모습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방송은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을 고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여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현장도 좋고 생생한 목소리도 좋지만, 다수의 슬픈 자들이 있음을 상기할 때 방송내용에는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방송사가 많다보니 개성 있는 경쟁보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국가의 대형 참사를 다루는 일인 만큼 섣부른 보도태도는 자제되어야만 한다.

국가 재난방송사가 있지만 그 또한 제대로 된 보도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타 방송사와 엇비슷한 수준의 방송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재난방송사가 될 수는 없다.

국가의 재난에 국민 모두가 신뢰하고 함께할 수 있는 방송사가 되어야만 한다.

또한 모든 방송사가 모두 같은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전파 낭비일 뿐만 아니라 자칫 정보 전달에 혼선을 줄 수도 있으니, 국가 재난방송사가 기본 역할을 하고 타 방송사들은 다른 역할을 하는 역할분담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한 방송사가 모든 것을 동시에 취재하고 보도할 수 없으니,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구조 관련 소식은 재난방송사가 전담하고, 타 방송사는 사고 관련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여 자사만의 의미 있는 방송을 내보내면 좋을 듯하다.

나머지는 정규 뉴스나 속보 등을 통해 방송하면 될 것이다.

국가재난에 대한 정부대책과 언론보도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