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는 1차적으로 선박 안전관리를 엉터리로 한 탓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끄러움이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선박 운항관리와 검사 등을 맡는 기관의 장이나 고위직으로 가는 낙하산 관행도 문제로 다가온다. 오죽하면 '해수부 마피아'로 거론되겠나. 1962년 출범한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에선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중 10명을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비영리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에도 역대 회장과 이사장 12명 중 8명이 해수부나 관련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다.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직 관료들이 있는 기관에 대해 정부의 견제와 감독이 제대로 먹힐 리 없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에서 제1종 중간검사를 받고 통과했다. 당시 조사에서 46개 구명뗏목 중 44개가 정상 판정을 받았다. 조타기나 배의 좌우균형을 맞추는 장비도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판정됐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제대로 펼쳐진 구명뗏목이 고작 하나뿐이었으니, 선박 안전관리에 구멍이 뚫렸음은 불문가지다. 조타기조차 정상 작동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문제들이 불과 2개월 전 검사에서 걸러지지 않았음은 검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해경에서 2월에 한 안전점검도 주먹구구이긴 마찬가지고, 배 출항 전 안전관리도 엉망이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모두 멋대로 적었다. 그러나 이를 지도·감독할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확인도 잘 하지 않은 채 배를 띄웠다. 검찰이 해운조합, 한국선급, 해경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는 이유다.

이런 기본적인 준칙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생때같은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실종자를 구조했다는, 기적같은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부디 살아서 돌아오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부짖음을 보며 다시 한 번 묻는다. 우리에게 성장만이 살 길인지를, 또 기본기도 갖추지 않은 나라가 정말 정상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