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올림픽기념관 임시 분향소 장례 마친 22명 영정·위패 안치
학생·시민 등 희생자들 넋 기려
   
▲ 23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마련된 진도 세월호 사고 임시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 분향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서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times.co.kr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안산단원고 교사·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시분향소'가 차려져 추모객들을 맞고 있다.

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학생, 교사, 인근 주민 등 슬픔을 나누기 위한 많은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경기도 합동대책본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임시분향소는 체육관 한쪽 벽면에 국화꽃으로 꾸며진 가로 40단, 세로 6단 규모의 대형제단이 마련됐고 총 240명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할 수 있다.

입구에는 '후배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 미안해'라는 글귀가 적힌 조화 60여개가 늘어서 있었으며, 체육관 한쪽 벽면에 마련된 대형제단 양쪽에 설치된 모니터 2대에서는 고인들의 사진과 이름이 반복해서 상영됐다.

조문객들은 한 손에 국화 한송이를 들고 조화와 모니터 앞을 지나 제단 앞에서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묵념했다.

단원고 교복을 입은 선후배들도 삼삼오오 고개를 떨군 채 분향소를 찾았다.

친구들 손을 꼭 붙잡고 온 단원고 1학년 여학생 3명은 "그냥 선배들 보러 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조문에 앞서 '언니 오빠들 너무 보고 싶어요. 꼭 살아서 웃는 모습으로 봤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을 메모지에 적어 분향소 출입문 앞에 붙였다.

임시 분향소 앞에 경기도 합동대책본부가 마련한 추모메모판에 희생자 부모가 자녀 앞으로 남긴 한 통의 편지가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아!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쉬렴. 엄마 아빠 힘든 고통 잘 돌봐줘', '○○아, 잘 잤어? 친구들 만나 얘기하느라 못잤으려나? 늘 그랬듯, 밝고 힘차게 지내야해 ^-^ ♡ Mom', '○○아 아빠가 보고싶다. 사랑하고 미안해', '보고 싶구나 나의 아들아 이제 편안하게 있으렴. 미안해. 사랑해'

출근이나 생업을 잠시 미뤄두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도 많았다.

한 유치원 교사는 "임시 분향소가 차려졌다는 뉴스를 보고 아이들을 먼저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왔다"고 했으며, 한 상점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남 일 같지 않아서 가게 문도 열지 않고 왔다"고 말했다.

합동대책본부는 우선 전날까지 장례절차를 마친 학생과 교사 22명의 영정과 위패를 모셨고 이날 장례식을 치를 25명의 영정과 사진도 추후 안치할 예정이다.

합동대책본부는 조문객들 편의를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버스 8대를 동원, 시내주요 지역과 분향소를 순환 운행했다.

셔틀버스는 고잔동·선부동 순환코스와 와동 순환코스 등 2개 순환코스와 대형주차장이 있는 문화예술의전당(500면), 와스타디움(300면), 화랑유원지(300면) 등 3개 주차장에서 분향소를 운행한다.

순환코스는 30분 간격, 주차장과 분향소는 10분 간격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된다.

합동대책본부 관계자는 "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올림픽기념관 일대는 도로가 좁아 많은 조문객이 찾을 경우 교통혼잡이 우려되는 만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유족들이 희생된 단원고 교사·학생들을 한자리에서 추모할 수 있는 대형 분향소 설치를 희망함에 따라 오는 28일까지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 29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안산시의회도 세월호 침몰 사고 지원을 위해 당초 25일까지 열기로 한 210회 임시회 회기를 23일까지로 조정해, 폐회했으며 이날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사고 희생자 애도를 위한 조기 게양 계획안'을 의결했다.

/안산=안병선기자 bsa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