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줄이고 감독 탓만…결국 '푸른 날개' 꺾였다

38R 홈서 강원과 0 대 0 무승부
우승 수 차례 명문팀 강등 수모

운영 주체 제일기획으로 바뀌고
총연봉 10년전 보다 되레 줄어
감독 다수 시즌 못 채우고 사퇴
염 대행 “분명 다시 일어설 것”
▲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3 마지막 38라운드 수원 삼성과 강원FC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2부 리그로 강등된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대행이 고개를 떨군 채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명가 수원 삼성이 창단 첫 2부리그 강등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투자가 꾸준히 줄고 올해는 감독만 4명이 들어서는 등 악순환이 반복돼 예견된 몰락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원은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수원은 승점 33으로 11위 수원FC와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수원FC 44골, 수원 35골)에서 밀려 최하위로 1995년 창단 이후 2부리그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처음 승강 플레이오프(PO)로 떨어졌지만 FC안양을 따돌리고 가까스로 생존했다.

 

▲투자 축소가 성적 하락, 악순환만 반복

수원은 K리그1 우승 4회,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5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만 24회 최다인 전통의 축구 명가다.

가장 많은 팬덤을 거느린 인기 구단이기도 하다.

한때 '레알 수원'이라 불릴 정도의 화려한 스쿼드를 자랑했던 수원은 2014년 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씀씀이를 줄였다.

승강제가 처음 도입된 2013년만 해도 수원은 총연봉 90억6742만원을 지출하며 1위에 올랐고, 이듬해에도 전북 현대(118억원)에 이어 2위(98억6400만원)에 자리했다.

하지만 수원의 선수단 인건비는 2015년 80억원대로 줄었고, 이후 꾸준히 70~80억대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88억7583만원으로 K리그1 구단(김천 상무 제외) 중 8위에 머물렀다.

2013년 이후 10년 사이 물가가 오르고, 선수들의 평균 급여도 인상됐으나 수원은 오히려 총연봉이 당시보다 줄어든 셈이다.

K리그1 2연패를 달성한 울산 현대가 2013년 63억원대에서 지난해 176억원으로 3배 가깝게 인건비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삼성 내부에서는 스포츠단 운영을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차원에서만 접근할 뿐 투자를 통한 마케팅 효과 극대화 전략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못하면 감독 탓…팬, 인색한 투자와 운영 미숙에 분노

수원은 10년간 구단 운영에서도 낙제점이었다. 투자를 줄이면서 떨어지는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감독에게만 지우는 행태가 반복됐다.

이른바 '리얼 블루'로 꼽혔던 박건하 감독, 이병근 감독 모두 두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팀과 작별했다.

2023시즌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프리시즌부터 팀을 만든 이병근 감독이 개막 7경기 무승(2무 5패)으로 경질됐고 최성용 수석코치가 자리를 물려받았다. 최성용 감독대행은 1승 3패를 기록한 후 짐을 쌌다.

5월에는 김병수 감독이 새 사령탑이 됐지만 20경기에서 4승 5무 11패를 기록하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마지막은 플레잉코치로 시즌을 맞이한 염기훈 감독대행이었다.

수원 팬들은 이날 강원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방만한 팀 운영과 인색한 투자를 한 구단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2부 강등 확정 직후 이준 대표이사는 마이크 앞에서 사과와 쇄신을 약속했지만 들끓는 팬심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염기훈 대행은 “수원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돕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며 “지금은 힘든 상황이지만 수원은 분명 다시 일어서고, K리그1에 복귀할 것이라 생각하기에 선수들이 더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