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안산시는 지금 우울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도시 전체가 가라앉은 느낌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안산에 있는 단원고가 세월호 침몰로 학생과 교사 250여 명의 희생자를 냈으니 말이다. 실종자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단원고 학생들의 주검만 연일 올라오는 터에 안산에 산다는 것 자체가 악몽일지 모른다. 내 딸과 아들을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실종 학생 부모들을 지켜보는 안산 시민들의 억장도 다 무너져 내렸을 터이다.

이런 가운데 단원고가 24일 다시 학교 문을 연다. 사고 직후 휴교에 들어갔던 단원고는 이날 3학년 학생들부터 수업을 재개하고, 28일에는 1학년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의 수업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충격과 아픔을 생각하면, 서두르는 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1학년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현실적인 문제이다.

학생들이 혼자 지내기보다는 학교에 모여 서로 위로하고 슬픔을 공유하는 게 상처를 털고 일상에 복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학교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세심한 치유 프로그램을 선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학사일정보다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이 급선무다. 함께 공부하던 선후배와 동급생 주검이 계속 인양되는데, 학생들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 고대 안산병원 측에선 구조돼 입원한 학생들이 발인식이나 분향소에 가는 일을 막았다고 한다. 그만큼 살아남은 학생들의 정신적·심리적 충격이 커 또다른 상처를 받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사고 수습에 나선 교사들 또한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단원고에 의료진과 상담 전문가 30여명이 상주한다고는 해도, 당국에선 학교 구성원들의 치유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민들은 생존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펴야 마땅하다.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얼마냐에 따라 상처 극복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도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